오늘만 안 온건 아니다.
저번주 금요일도 목요일도 수요일도 그전엔 잘 생각이 안 난다. 가방 속에 굴러다니는 다른 휴지조각들처럼 너덜해질것같은 진료확인증이 내 목을 빳빳이 세워주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그래야하는 것처럼 늦게 일어났다. 사실 시계를 봤을 때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대학국어라고 불리는 이 아침고문은, 수년 전에 이미 술기운으로 수강완료 해둔 것 같은 수업의 냄새가 강하게 나므로... . 이 곳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일반적이고 잠잠하다. (난 어떤 생각을 한걸까?) 이전보다 덜 어둡고, 덜 요동치며, 덜 부산하다. 그런 생각을 안하려하지만 어딘가 솔직하지 못한 모습의 내가 많이 발견되고 그것은 날 꽤 피곤하게 만든다. 이럴 때는 개똥같은 대구모임에서 정수리에 술을 좀 부어대면 정신이 차려지기도 한다. 눈 밑에 자리한 붉은 덩어리는 나를 오래도록 괴롭히려고 작정한 것 같다. 지난 주에 칼을 댔을 때 그만하면 다 됐을 줄 알았지만 나는 오늘 다시 호출당했다. 솔직히 말하면 방바닥에 굴러다니면서 드로잉하고 똥냄새보다 더 심한 군대 다큐멘터리보면서 혀 끌끌차고, 3gs 타자치면서 욕 존나하고, 영화보다가 잠들고, 간혹 리미츠 오브 컨트롤이나 택시드라이버 같은 걸 보면서 속으로 뛰어다니고, 멀쩡한 매트리스 옆에 두고 침낭 지퍼올리고 잠에 드는 요새는 꽤 편하다. 가끔 썩어있는 사과뼈다귀같은 것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서 그렇지
부러 새는 구멍을 틀어막아버리면 안에서 숙성과 발효가 이루어져서 달콤한 제먼스 싱글몰트 위스키가 나올 줄 알고 병신같은 짓을 좀 해봤는데, 아직까진 별 소득이 없다. "과거를 부정하지마세요!" 이제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무섭다. 존나 아프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