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8월 12

아주 슬픈 꿈

 많이 피곤했던 탓인지 소파에 누워있다 꿈을 꾸었다. 나쁜꿈은 악몽이라한다는데 슬픈꿈은애몽이라 해야하나? 어찌됐건 나는 집에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졌다. 시차따위 없을 것 같았는데 아시아대륙을 가로지르는 좁은 공간이라는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콩코드의 에어프랑스라지만 명성이 안락을 포함하는 개념은 아니었다. 눈알을 굴리며 어머니가 가져온 복숭아를 입에 집어넣었다. 거기서 먹던 넥타린보다 물렀지만 달기만 할 뿐 시지않아 부족함을 느꼈다. 다시 돌아 온 것이겠거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와 조금 뒤척거렸다. 어머니는 앉고 나는 누워있었다. 그동안 심심했던 탓인지 강남스타일이야기를 하며 말을 붙이셨다. 나는 적당히대답하며 둘러댔지만 쏟아지는 피곤함을 어찌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안경을 벗어 어머니 시야쪽으로 밀어두었다. 내가 아는 어머니라면  "들어가서 자라." 라고 말할 테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새로산 핸드폰에 어플까는 법을 물어보셨고 나는 플레이마켓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몰라주는 어머니가 한편으로는 얄미웠다. 그런 아이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진짜로 아이가 된것인지, 상대적으로 나를 어른 내지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게하던 동생이 없어선지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말을 꺼낼 용기는 없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어머니의 품은 도대체 어떤 느낌이었을까하면서


꿈 속의 나에겐 숨겨진 어머니가 계셨다. 낳아준 진짜 엄마. 지금 어머니가 진짜 엄마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과 공포감, 그리고 좌절감은 너무도 거대했다. 그리고 그 어떤 감정보다도무거웠던게 슬픔이었다. 스스로 내게 이제 가족이 필요한 나이는 아니지않나 라고 생각했던게 원망스러웠다. 아버지조차도 내 어리석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에. 어찌됐건 나는 그녀를 만나러가게 되었다. 그전까지 삼촌들은 자주 찾아가봤다는 얘기를 들으며. 무슨 이유인지 큰 병원의 병실같은 곳엘 들어갔는데, 이것은 아버지때 만들어진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일 것이다. 슬픔과 좌절을 펌프질해내는. 그곳네 조심스럽게 들어서며 나는 약간은 통통한 어떤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지만 낯설은. 눈물이 쏟아질 것같았고, 가슴은 그래서 건조해져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해처럼 또다시 무너짐을 느꼈다. 마치 뇌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따위같은 것으로, 슬픔을 관장하는 부분말고는 모두 녹아내린 것 같았다. 얼굴근육이 찌그러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는 담담하게 '아 울고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제멋대로 일그러진 얼굴 사이로 작게작게 눈물과 슬픔을 흘리던 와중에 눈을 떴다. 그 순간 그것이 꿈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방에 들어가있었고 나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럴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방에 들어와서 아까의 나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잠이 달아나 밤을 새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