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1월 15

more pepper

 오글거림,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에 언급했던 통속적 센티멘탈리티에 항상 예민해왔다. 조금만 개인의 감성에 젖어있거나 대중적 양념이 발려있는 것은 그 단순함과 직설적임에 거부감이 든다. 보통 그것은 사적인 취향이거나, 그 개인만의 감정이므로 굳이 침입해서 침을 뱉을 순 없다. 약 5분전, 아무생각 없이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아침에 포스팅한 사진을 보고 토악질을 해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건 도대체 뭘까? 이 필름을 빙자한 한쪽으로 치우친 색감하며, 빈티지함을 표방하는 요상한 프레임. 그리고 무슨 입시미술마냥 톤이 깔려있는  비네팅효과. 모든 것이 어우러져 거기다 간만에 한글로 쓴 제목에서 병신같은 감수성을 느껴서 아까먹은 저녁을 게워낼 뻔 했다.

 사실 텀블러의 형태와 분위기 모두가 가증스럽다. 괜히 ultimate snobbery가 아니다. 있어보이는 척 하는 병신처럼 보이기 딱 좋다. 자학 개그 수준으로 달아놓은 링크지만 인스타그램이 만들어놓은 감수성 덩어리를 보면서 정말 '좆같음'을 느꼈다.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순전히 내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져온 삐딱한 시선에서 연유하는 것이겠지만, 굳이 그것을 속여가며 보여줄 필요도 있겠나 싶다. 나는 소수여야만 하고 그곳에서만이 안온함을 느끼고 스스로 '나'라는 걸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영어시간 언젠가의 나가 생각난다. 어디가서 유명하냐고 따지는 것이 죄송스러운 그 이름이지만 적어도 그 무리에선 생소했다. 좋아하는 위인 이름에 당당하게 '제임스 헷필드요'라고 대답한 내가 아직도 가소롭다.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해야할까. 지금 모든 것이 구역질 난다.



+ 좋다고 느끼다가도, 돌아서면 '으 존나 젖어있어...씨발' 하며 과거의 내 뒤통수를 치는 것도 다반사. 이쯤하면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