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23

아까워서 잠이 안와

낮에 시간이 비어서 moa에 갔다가 체력만 흘리고 나왔다. 아무생각 없이 버스타고 나가다가 또 아무생각 없이 영화보러 이수역엘 왔다. 서울대입구나 이수나 그게 그거인 것 같으면서도 괜히 벗어나려 발버둥치다보면 거기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상으로 올라오자 건너편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다. 자전거를 탈까 영화를 볼까하다가 조금 쌀쌀한 것 같아 연극연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어서 올라갔는데, 2시간 동안 자고 30분 보고 나왔다. 마지막 즈음에 영규가 한 말이 생각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계속 쳐다봤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자전거를 탈걸 그랬다. 자전거를 탈걸




 +원숭의 섬의 저주 ost가 불현듯 생각났다. 어린 내 눈에 비친 플런더 섬은 말 그대로 파라다이스였다.

이미지의 기원은 잘 모르겠으나, 어릴 적 엄마따라 자주 갔던 식당에서 였을 것이다. since 어쩌고 적혀있는 구미시내 명동칼국수집엔 뜬금없는 쌔-파란 해변사진이 벽에 붙어있었다. 바다는 새파랗고 모래는 빛이 바랬는지 새하얬다. 커다란 야자수가 몇그루 이상적인 구도로 서있고 빈 해먹인지 의자인지가 가운데에서 약간 측면으로 치우친 곳에 놓아져있었다. 칼국수집에 그게 왜있는지 아직 잘모르겠으나, 흔히 말하는 '이발소그림'같은 데코였을 것이다. 우엤든동 유치원을 재학중이던 나는 그 사진을 보며 물만두를 씹었었다. 그리고 몇년 후 집에 디즈니 시리즈 동화책이 들어왔다. 그 중에 남극을 떠나고 싶어하는 펭귄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 제목이나 주인공이름은 잘 기억나질 않는데, 뗏목 크기만한 얼음 조각위에 이글루 하나, 우체통하나가 놓여져있는게 얼마나 멋있고 아늑해보였는지 모르겠다. 겉에서 보기엔 굉장히 작아보이는 크기의 이글루였는데, 들어가보면 또 있을 건 다있다.(만화적 효과인 듯하다. 거북이가 등껍질 속으로 들어갔는데 서재처럼되있고 그안에서 편한자세로 누워서 책을 보는 만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쿨했다!) '단추수프'에피소드와 함께 가장 아끼는 책이었다. 이른 결론이긴 하지만... 칼국수 집의 해변사진과 디즈니 동화책의 펭귄에피소드 덕분에 바닷가의 삶에 어떤 동경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뭔가를 끄적거릴 때도 바닷가에 있는 나를 자주 그렸다. 누구보다 편안한 자세로 나말곤 아무도 없는. 누가 가족은 왜안그리냐그랬는데 그리다가 도저히 그리기가 싫어 힘들어했던 기억이 얼핏 나는 것 같다. 원숭이섬은 어린이의 막연한 동경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동화나 만화보다 재밌었다. 지금은 그림판당고가 하고싶다. 연극끝나면 해야지.




++방금 찾아봤는데 추위를 싫어한 펭귄이라고 한다. 주인공 이름은 파블로(칠레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