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4월 6

극을 하고 물을 내리다.

 변을 보고 물을 내리기 전에 싸질러 놓은 형상을 얼핏 보게된다. 이것은 조형적인 미를 찾거나, 장의 건강따위를 위함이 아닌 거의 본능적인 행위에 가깝다. 내가 만든 것을 내가 다시 보는 것. ('꼭 나 뿐만의 이야기는 아닐테지.') 그림, 조각, 사진, 영상, 문학...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대부분 종류의 예술이 내가 만든 것을 내가 볼 수 있다. 만들면서 보고, 보면서 만들고, 만들고 나서 본다. 나는 이것을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라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작가이면서 관객일 수 있다.

헌데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나의 역할은 유동성을 잃게 된다. 이미 물을 내리고 변기를 본들 똥이 거기 있을리 만무하다. 그 공간, 그 시간에만 유효했던 것이기 때문에 나는 절대 관객이 될 수가 없다. 영상매체를 통해 관객이 되어보길 노력하지만, 대면하는 순간 유리가 깨지는 듯한 괴리감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관객과 연기자(혹은 작품)의 대면이 다른 어떤 매체의 경우보다 첨예하고 치열하다. 



몇 개월간의 긴 작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