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pen on paper
농도와 밀도에 관하여 였는데, 아무생각 없이 계속 그렸다. 언젠가 윤수가 모든 신경이 펜과 그림에 쏟아부어져있는 것을 보다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놈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에 그리던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었다. 90년대에나 있던 전지사이즈의 달력을 찢어서 뒤에다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영락없이 그 꼴이었다. 그때 그리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떠올리며 '대상'이 아닌 '어떤 것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을 그리려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온 것이 공간 드로잉. 눈을 까뒤집어서 '속을 들여다보며 그리기' 혹은 '자위행위'와 일맥상통한다. 연작을 계획 중이다.
nostalghia
acrylic on canvas
solaris덕분에 타르코프스키는 익히 들어왔지만 영상으로 접한 건 처음이었다. 어찌나 잠이 오던지 여자 가슴(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었다.)이 튀어나오는 장면말고는 기억이 하나도 안났다. 억지로라도 다시보니 구조가 눈에 들어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하던 키펜베르거 모작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페인팅에 p는 커녕 알파벳도 모르던 븅신이었는데, 구도나 색채뿐 아니라 은유나 상징도 그의 자화상에서 많이 훔쳤다. 첫작이 흔히 말하는 '감' 그러니까, 직관에 의해 모든 것을 해결했다면 이 작업은 비교적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원래 그래본 적이 잘 없어선지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햇살킴 선생님은 숨은 그림찾기하는 기분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있어선지 만족스럽다.(ㅋㅋ) (병신아 흔들리지마) 완료된건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요새 계속 하고있는 고민인데, 작업의 끝이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내 그림이나 드로잉이 항상 완결성이 부족해보이는 편이다. 내 스스로에겐 항상 확장된 영역을 보여주는 편이라 괜찮지만 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좀 더 실험을 해봐야겠다.
Interior & Exterior
acrylic on canvas
이번 학기 가장 처음 만들어낸 페인팅! 특히나 캔버스부터 내 손으로 처음부터 뚝딱거려 만들어낸 대단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무생각 없이 붓을 처벅처벅 놀리다가 색이 정해졌고, 많은 것이 무의식과 직관으로 이루어졌다. 손을 더대고 싶었으나 너무 거칠어 그만 둬야할 수 밖에 없었던게 아쉽고, 좌측하단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걸 그랬던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만들어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첫경험이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 가치있고 소중하다. 내겐 이게 처음이자 시작이다.
girl and thing
silkscreen(진행중)
tetsuya noda의 작업을 보면서 아 이거다! 싶어서 집에오자마자 내 사진들을 뒤져봤다. 그처럼 잘 찍은 사진이 없어서 좀 고민하긴했지만 나쁘지않았다. 감광실에서의 시간은 새로웠다. 붉고 어둡고 습하고 어디선가 생화학 혹은 방사능무기의 냄새같은 것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어제 나머지 두 판을 다 만들었는데 덕분에 하루일과가 다가서 갱장히 깨운했따? 색 조합을 터무니없이 해놔서, 농도와 채도를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촌스럽게 나올까봐 조금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