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5월 19

사물화

 페이스북이라 그런가 얼굴들이 참 많다. 오랜만에 펴 놓으니 여러가지가 새롭다. 사람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얼굴들을 이렇게 가까이 대면하는 것은 다소 역겹고 섬찟하다. 다들 무엇을 향해 그런 미소를 보내는 것인지...... . 모두가 모델이고 배우다. 아니 상품이다. 스스로의 신체가 마치 새로 산 신발이나 옷인 마냥 객체가 되어있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워보이는 (군대를 간 누군가는 이적시장에 나온 자유계약 선수에 빗대기도 했다. 고로 가장 잘 팔릴만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록한다. 반년 만의 페북질은 내게 그 행위가 왜 낯설고 불편한 지를 지적해주었다. 얼마 전 술을 마시다 "이 이야기 했던가......?"하고 묻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어 그것이 평소에 내 속에 있는 것을 꺼낼 때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이야기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남과 소통을 하기보다 단지 속에 있는 것을 꺼내기 위함이었다. 그랬을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더욱 편하다.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할 때, 타자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 타자의 관점도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 단지 오롯이 살아숨쉬는 나의 기억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종종 그런 무례한 질문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하긴 했던 것 같은데, 너한테 했었나? (혼잣말하는 습관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나는 가상의 타자를 만들고 의견교환을 하기도 한다. 그러는 것이 사고나 작업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얼굴은 그의 에센스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갖고 태어난 본래의 골격을 떠나 그의 역사가 남아있다. 그것이 내게는 피로한 것이다. 이 끄적거림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자신에게 향했던 미소를 모두에게 지어보인다. 그들이 실제 세계에서 내게 보였던 분위기와 냄새가, 상품 사진의 상세 컷 이미지와 뒤섞여 역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정말로 왜 날 보고 웃음을 보이는 걸까? 당신들은 그러한 의도가 아니라고 순진하게 말하겠지만, 태어나 단한번도 원하지 않은 당신들의 미소는 내 시야를 비집고 들어와 날 향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분위기를 갖는 것인지 당신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현재 시각의 나를 문자의 형식으로 객체화 해보자면, 둥지에 남은 유년기의 포유류 동물이다. 배고프면 먹고 자고싶으면 자고 싸고싶으면 싼다. 내일 안가면 F인 수업이 두개가 있는데 정말 가기가 싫다. 하나는 정말 마음 다잡고 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때려죽인다고 하면 생각해보겠다.


 초빙작가특강에서 만난 한씨는 꽤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여태껏 봐온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 자체가 재밌고 궁금하다기보다 작업의 진행과정이 담백한 수기를 보는 듯 했다. 언제나 그렇듯 부분적이고 테크닉적인 질문을 하다가 좀 더 얘기해줄 수 없느냐고 닥달했는데 말문을 닫아버렸다. 아직 젊은 작가라서 그렇기도 했겠거니와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내려가다 그를 만났다. 나를 기억하려나 싶어서 걸음 속도를 조절하다가 눈이 마주쳐 인사를 드렸는데, 전화를 받으면서도 배꼽인사를 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통한다는 느낌이 틀리지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곱씹고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