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30

project : my people 4주차 -2








 프로젝트가 끝나기전에 간이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들어오기전에 기숙사 룸메가 자고있으면 정말 슬프기도 하고, 들어오기 싫을 것 같았는데 앉아서 공부를 하고있더라. 술기운으로 몇마디 하면서 농담도 했다. 웃기는건 인간적인 교류를 원하면서 룸메하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마디 없는지...... . 몇년전 코드인사 논란이 있었을 때, 나는 뜨끔했다. 내가 그런사람이니까.

몇년만에 만난 준영이는 가장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말 재밌게 지냈던 친구 중 하나인데. 건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정치얘기 사회얘기가 언제나 그렇듯 지나면 생각이 안나는게 태반이지만. 그래서 정말로 친한 친구들과는 그런 얘기를 하지않는다.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일까? 답이 없는 것을 알기때문일까? 시각에 따라 생각이 이리도 많이 차이나는 것도 알게되었고. 결국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체제와 시스템에서 항상 벗어나려했는데, 결국 상부구조에 속해버렸고 그것은 모순이 된다. 순응한 채로 계속 걸어온 준영이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폴 오스터의 '보이지않는' 얘기를 했다. 나도 일기를 2인칭 혹은 3인칭으로 써보아야겠다. 내가 보지못한 나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코레일 인턴 합격소식에 갑작스레 모인 우리는 그전에 한번의 폭풍을 뚫고 와야만했다. 오랜만에 경찰관을 가까이서 보았다. 의경말고 순경. 흥분한 친구들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좋게 끝내려고하는 눈치였다. 사실 나도 순조롭게 끝냈으면 하는 입장이어서 개입안하고 멀찍이서 얘기하는 걸 지켜보기만했었다. 하지만 정황상 흥분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술안주는 풍족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처음 본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자. 언젠가 만났을 때 서로의 얘기를 재미나게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