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8월 9

흔한 아시아계 이민자

 어제 큰 백팩을 메고 마트를 들렀다. 평소 가던 큰 monoprix말고 dia라는 마트 얘길 몇번들은 기억이 나서 지나가던 김에 들어갔다. 키가 190이 넘고 덩치도 레알 킹콩같은 흑형이 날 불러세웠다. 얼굴도 조금 킹콩같아서 뜨끔했다. "무슈, 무슈!" 순간 가방때문에 뭐라고 하는 건 알았지만 불어를 알아먹을리가 만무했다. 미안하지만 영어로 부탁한다 라고 했는데, 약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말을 다시 했다. 어딘가 손가락질 하길래 아 저기다 갖다놓고 들어가라는 건가 싶어 구석으로 가서 가방을 벗고 있는데, 또 얘기를 막한다. 뭐 어쩌라는 겨...
갑자기 아~ 싶어서 웬 아이 리턴 히어, 아이 해브 투 오픈 더 백? 이러니까 "위, 위, 멕씨!" 이런다. 좀 둘러봤으나 가격은 조금 싼데 장내가 너무 작아서 살게 별로 없었다. monoprix의 위엄을 느꼈다. foster the people같은 것들이 브금으로 깔리는 그런 마트...

베이컨 하나 들고 두리번거리니까 킹콩의 시선이 느껴진다. 팔짱을 끼고 한손은 코를 만지면서 나를 보더라. 나도 모르게 곁눈질로 확인하다 눈이 마주치자 걔는 자세를 다시 바로잡으며 시선을 돌렸다. 은근히 마음 속에 '나 안훔쳐 이새끼야.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같은 생각이 자리잡고있었다. 결국 계산하고 나가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을 등에서 내리고 열 시늉을 한다. 그런데 킹콩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자하게 웃으며 됐다고 됐다고 그냥 조용히 가. 라는 뉘앙스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나는 호의를 받은 것 같아 메흨씨! 하고 살짝 웃으며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기분이 싹 나빠졌다. 중세시대 농노가 성주의 감자밭 근처에서 보따리를 들고 지나가다가 경비병한테 붙잡혀서 보따리를 열려고하는데, 경비병이 불쌍해서 야 걍 감자 얼른 싸들고 지나가 애들한테 얘기안할께 따위의 말을 한 것 같은 상황이다. 더 비참한 건 나는 거기서 환하게 미소지었다. 나 안훔쳐 이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