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월 24

비가 왔다. 그래서 수업을 안갔다. 라기보다 시험공부를 안했는데 시험치러가는 것이 좀 웃겼다. 회화 작업이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일까? 10시에 눈을떴다. 늦은 차에 잘됐다 싶어 그냥 눈을 감았다. (밤이 되서야 알았지만 시험이라 특별히 11시에 시작했다고한다. 알았어도 일부러 그 뒤에 눈을 떴겠지만...) 일말의 양심이 초자아를 작동시켰는지, 이상한 꿈을 꾸었다.

예비군 훈련이었나보다. 3년차 예비역이 가져야할 덕목으로, 당연히 후줄근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치보다 탈영했다. 아니 군무이탈이 맞나? 어쨌건 점심쯤 다시 돌아왔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그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것 처럼. 조교들은 눈치를 깠고 나를 부른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이미 예비군대대의 그것이 아니었다. 조교들은 모자는 쓰지않았다. 빨간머리 혹은 파란머리를 하고있었는데, 원색에 가까운 색깔이라 조교의 모자의 그것과 느낌이 비슷해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단지 머리스타일이 조금 촌스러웠을 뿐이었다. 이병대하듯 보는 그 눈들을 다 무시하고 단상으로 불려갔다. 국민학교시절 모두가 쳐다보는 조회대로 불려가는 기분이었다. 높은 단상을 올랐다. 나는 두렵고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러다 깼다. 찝찝해서 일어나기 싫었지만 이미 수업은 들어갈 수 없는 시간임을 알고 몸을 일으켰다. 너무 솔직한 꿈을 꾼 내가 부끄러워 지연에게 전화해 고백했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다. 회화시간을 펑크내는 것은 어딘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최근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 괜시리 어긋나면 안될 틀이 갖춰진 기분이었다. 이미 그랬듯 한번 넘어간 울타리는 낮아진다. 비가 왔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지연에게 다시 전화해 고백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