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2월 1

추천당한 것

공간의 역사 (단테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그 심원한 공간의 문화사)
마거릿 버트하임, 생각의 나무, 2002, 466p.
공간의 틀 안에서 인간의 위상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은 공간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탐구함과 동시에 공간과 인간에 대한 불가분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책의 원제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천국의 문'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사이버스페이스가 최근 몇 년간 거대한 영적 열망의 보고가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완벽한 세계는 `천국의 문` 뒤가 아닌, `.com`이나 `.net`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전자 통로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인간이 다다른 이 새로운 디지털 공간의 의미를 추적하기 위해 저자는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대, 철학과 천문학, 우주학에서부터 예술과 건축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탐구한다. 그리하여 사이버 스페이스의 세계가 인간이 상상해온 공간의 기나긴 역사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예담. 2010, 247p.
고독이 함께 있어서 나는 결코 외롭지 않다.
혼자이기에 행복한 순간, 혼자이기에 여유롭고 혼자이기에 고독하지 않은 순간,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에는 그런 순간들이 소개되어 있다. 정적 속으로 가만히 휘파람을 날려보낼 때의 희열과 욕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향해 건네는 독백과 나만의 저녁 만찬 테이블을 차리고 켜보는 촛불과 외딴 섬 수도원 다락방에서 홀로 쓴느 생일 일기. 그 모든 행복의 경험들이 괴테, 파스칼, 쇼펜하우를 비롯해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신학자, 19세기 오스트리아 작가의 주옥같은 말과 어우러져 잔잔하게 다가온다.

고통받는 인간
손봉호, 서울대학교출판부, 1995, 218p.
인간이 느끼는 고통에 대하여 철학의 시각으로 연구 한 책. 고통의 정의, 고통의 극복과 문화 등을 분석 했다.

굶주림
크누트 함순, 범우사, 2006, 253p.
노르웨이의 작가 크누트 함순 대표작. <굶주림>은 32살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로, 19세기 말엽 유럽 근대문학의 큰 별로 떠오르게 된다. 이 책은 1886년 겨울, 작가가 직접 체험한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의 상황, 그리고 심리현상을 통해 고통스럽고 소외된 현대 인간의 심리를 깊이있게 그려내고 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에 깨는가
이성복, 문학과 지성사, 2008, 122p.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한 이성복 시인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개인적인 삶의 고통을 보편적인 삶으로 확대하는 이성복 시인의 끈질기고 원초적인 싸움이 펼쳐진다. 고통 속에서 진실의 추구에서 얻어진 지혜를 담아낸 이 시집은 시인의 다양한 미발표시들을 포함했다.

봉인된 시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분도출판사, 1991, 310p.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은 현대라는, 이 현란하고 부박한 영혼들의 집단적 히스테리 시대에 이미 낡은 의문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근본적인 화두를 들고 인간의 시간이 존재하는 양식에 대해 민감한 영혼의 그물을 던진다. 아름다운 것이 추한 것 속에 덮여 있듯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 속에 덮인 채로 들어 있다. -김선우(시인)

악 또는 자유의 드라마
뤼디거 자프란스키, 문예출판사, 2002, 412p.
이 책은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미로같이 복잡하게 얽힌 서양 정신사의 흐름 속에서 찾는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소크라테스,플라톤,아우구스티누스 등 고대 철학자들을 거처 루소,칸트,셀링,쇼펜하우어,니체,프로이트 등 근현대의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악에 대한 사고를 분석하고 종합한다. 그리하여 고대 그리스 정신,기독교,계몽주의,마르크스주의,허무주의,자유주의,그리고 현대 과학 문명까지 서양 사상의 큰 줄기를 따라가며 악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도스토옙스키, 민음사, 2007.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제1권.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고민한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에 대한 모든 문학적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이며, 문학뿐 아니라 철학, 심리학, 종교를 아우르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3년에 걸쳐 완성한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1860년대 러시아의 소도시 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크. 왕년의 사업가이며 그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방탕한 인물이다. 두 아내가 낳은 세 아들을 내팽개쳤고, 마을의 백치 여인에게서 사생아를 낳기도 했다. 이런 그의 집에 20여 년 만에 아들들이 찾아온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와 재산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해 왔다가 아버지가 점찍어 둔 여자 그루셴카에게 반해 버리는데….

시간의 이빨
미다스 데커스, 영림카디널, 2005, 440p.
쇠퇴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미다스 데커스의 재기발랄한 보고서. '모든 죽어가는 것은 아름답다'는 나이듦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 네덜란드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저자는, 자연과 동물의 세계를 모델로 삼아 죽음과 쇠락을 거부하면 삶 자체를 거부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쇠약해진다는 것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 알려주는 시계와 같고, 생존이 아니라 죽어 없어지는 것이 정상이며, 노년은 실패가 아닌 성취라고 강조한다. 해박한 생물한 지식과 쾌활한 유머를 바탕으로 어린아이부터 미생물, 예술, 우주 등의 여러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변화하는 인생의 사계절과 주위의 세상을 즐기라는 해방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시간
칼 하인츠 가이슬러, 석필, 2002, 288p.
뮌헨 대학 교육학 교수의 시간에 관한 글. 시간을 감 지하는 양식의 변화로 인한 실생활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책으로 `시간에서 시간으로` `시간은 꿀이 다` `사랑의 시간` `자명종` `즐거운 쉬는 월요일` 등20편의 글을 묶었다.

무경계(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동서고금의 통합적 접근)
켄 윌버, 정신세계사, 2012, 320p
당신은 어디에 경계를 설정했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동서고금의 통합적 접근『무경계』. 영향력 있는 철학자 켄 윌버의 저서로, 23세 때 저술하여 동서양의 심리학을 통합시키는 독창적 사상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의식의 스펙트럼》을 요약한 것이다. 동서양의 심리학은 물론, 정신요법과 신비사상을 모은 《의식의 스펙트럼》의 핵심주제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나’를 묘사하거나, 설명하거나, 또는 느낄 때마다 마음속에 정신적 경계를 긋는다. 그런 다음 그 경계의 ‘안쪽에’ 있는 모든 것은 ‘나’라고 느낀다. 반면에 그 경계 ‘밖’에 있는 모든 것은 ‘나 아닌 것’으로 느낀다. 즉,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본질은 ‘당신은 어디에 경계를 설정했는가’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책은 인간의 본질과 깨달음의 지평에 관한 가장 정교한 통찰을 제공한다.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민음사, 2002, 164p.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그러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무슨무슨상으로 소개되기 보다는 그 자체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이미 여러 번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장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좀 더 여러가지 해석 및 번역을 허용하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과 배경 묘사가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의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 행위의 유한함을 자연의 무한함에 비교하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고통의 축제
정현종, 민음사, 2002, 129p.
언제부턴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고통스럽지 아니하고 갈등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죽음.
언제부턴가 죽음,이라는 형상이 가물거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빛으로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죽음을 찬미하되 삶을 놓지않는 그의 시를 읽노라면 
삶에 어느덧 더 집착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 하겠지……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
존 치버, 문학동네, 2008, 462p.
퓰리처상 수상작가 존 치버의 단편 61편을 묶은 선집「존 치버 단편선집」.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을 주도한 존 치버는 레이먼트 카버와 함께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며, 우리 삶의 아이러니한 진실을 그려낸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존 치버 단편선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 도서상,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선집에는 미국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존 치버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모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사랑과 두려움, 향수와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을 그리고 있다. 존 치버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기대와 좌절이 어우러지는 우리네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존 치버의 작품들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인간성과 헛된 기대, 무모한 욕망 등을 드러내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사건을 소재로 다루면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짚어본다. 또한 유머와 비극을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반전과 결말로 단편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구경꾼의 탄생
바네사 슈와르츠, 마티, 2006, 352p.
세기말 파리에서의 대중문화의 형성을 '구경꾼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는 책. 감시에 대한 욕망과 평행하게 진행되는 관음의 욕망에 휘말린 구경꾼의 새로운 대중문화를 다루고 있다.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구경의 주체로 등장하는 군중의 대중문화 분석을 통해 근대의 형성을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 생활의 구경거리화와 대중문화 출현의 상호 관련에 주목한다. 세기말 파리에 등장한 구경거리에 몰입한 다양한 구경꾼들의 모습을 분석하고 있으며, 세기말 파리를 단지 감상적인 벨에포크로 바라보는 대신에 예술적 성과에 필적하는 기술적 정복의 세계로서의 파리를 묘사하고 있다.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 문학과 지성사, 1983, 366p.
오늘의 젊은이는 어떻게 절망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삶에 모험하는가,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도전하는 실험적 문체를 통해,현실의 그림자로서 깊은 바닥으로 배회하는 젊은 소설가,그의 피로 응어리진 자아 성장의 기록.

몽상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동문선, 2007, 297p.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저서 <몽상의 시학>을 우리말로 옮긴 책. 바슐라르의 인생에서 과학철학으로부터 시적 상상력으로의 전회를 보여주는「불의 정신분석」이후로 계속된 시적 상상력에 대한 연구의 결정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슐라르는 '상상력은 미래를 유혹한다'고 말하고, 지향적 상상력이 작동하는 시적 몽상들을 '다양한 삶의 가설들'로 규정하면서 상상력의 비약과 창조로 초대한다. 그가 펼쳐 보이는 현상학적 몽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북치는 소년
김종삼, 민음사, 1995, 102p.

오정희, 문학과 지성사, 1996, 154p.
이 책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한 어린 남매가 겪는 고단한 일상의 현실을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세상의 칙칙하고도 어두운 일면들을 속속들이 드러내어, 그 황폐하고 구석진 삶의 현장을 서럽고도 치열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로잡힌 영혼
마르셀 라히니 라니츠키, 빗살무늬, 2002, 532p.
라이히 라니츠키의 자서전. 파란만장하고도 감동적인 자신의 인생을 풍부한 일화를 곁들여 다채롭게 묘사했다. 아울러 <디차이트>의 고정 비평가 및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통>의 문학부장 시절, 잉게보르크 바흐만, 볼프강 쾨펜, 막스 프리쉬를 비롯한 여러 독일 현대 작가들에 대한 회상을 담아 독일 문학계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문학계가 갖고 있는 의외의 면모를 신랄하게 그려냈다.

산해경
정재서, 민음사, 1996, 388p.
중국 최고(最古)의 대표적인 신화집. 고대 중국의 사회, 역사, 지리, 민속, 종교 등 여러 분야 에 관한 생생한 증언. 불로불사의 신선, 영생의 유토피아, 이백 시(詩)의 자유와 환상 등 유 학(儒學)과 함께 중국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낭만적이고 신비적인 것들의 문학·예술적 실 체를 가능하게 했던 정신적 원천. 한 마디로 고대인의 꿈과 무의식에 뿌리를 둔 원형적 이 미지들을 집대성한 상상력과 환상의 결정체이다. 고대인들이 가졌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으 며 조선·숙신·맥 등 옛 한국과 관련되는 지명들이 등장하고 이른바 동이(東夷) 계 문화가 적잖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 상고사의 수수께끼들에 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산경은 중국 및 그 주변 지역을 방위에 따라 다섯으로 구분하여 모두 447곳의 산을 수록했다. 각 산마다 산천의 형세, 산출되는 광물·동식물·괴물 및 신령을 설명하고 각 편마다 끝부분에는 제사 드리는 방법을 소개해 놓았다. 해경은 내용이 좀더 포괄적이어서 이국의 풍속·사물·영웅 의 행적·신들의 계보·괴물 등 한층 다양하다.

살아 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한마당, 2014, 164p.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20세기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독일 희곡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서사극 이론과 탁월한 희곡들을 통하여 세계적 명성을 획득한 그는 폭넓은 창작 활동의 소산으로 상당히 많은 분량의 시를 남겼는데, 이 책은 그런 그의 시 47편을 수록한 시집이다. 국내에서 1989년까지 사회주의자라는 명목으로 금서 조치되었다가, 해금된 후로는 극작가이면서 뛰어난 서정 시인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 영향력은 현대 시문학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최초로 번역된 브레히트 시 47편은 독일시의 가려졌던 한쪽 지평을 트이게 해주는 동시에, 시에 대한 편협한 고정 관념을 고쳐주고 시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넓혀줄 것이다. 더욱이 브레히트가 살다간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또는 살아남아 있는 우리들이 그에게서 얻어낼 교훈은 적지 않을 것이다.

악의 꽃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문학과 지성사, 2003, 478p.
서구 현대시의 시조 보들레르가 남긴 단 한 권의 시집. 낭만주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낭만주의의 결점을 뛰어넘은, 이후 오게 될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현대시에 길을 터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1861년 출간된 제2판을 번역 텍스트로 삼았으며 그외에 프랑스 법원의 삭제 명령에 의해 2판에서 제외되었던 6편의 시들을 '유죄 선고 받은 시'라는 제목 밑에 실었고, 다음으로 16편으로 된 '새 악의 꽃'을 수록하였다. 그리고 <악의 꽃> 에필로그 초고와 서문 초고, 출판에 관한 몇 가지 자료를 포함하였다.

관촌수필
이문구, 문학과 지성사, 2003, 400p.
본격적인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던 70년대에 씌어져, 저자가 유년 시절을 영위한 농촌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과 도시화의 물결에 훼손당하고 있던 농촌 사회의 아픈 세태에 대한 묘사를 통해 역설적으로 당시 우리 사회의 근대적 기획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수행하고 있는 연작소설. 전통적인 유교 사상과 반상 의식에 묻혀 있던 지방 토호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일락서산>을 시작으로 <화무십일>,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등 5편을 수록했다.

나무위의 남작
이탈로 칼비노, 민음사, 2004, 394p.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 <나무 위의 남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재출간됐다. 꼼꼼한 재검토와 교정과정을 거쳤으며, 가독성을 위해 문단을 나누었던 초판과 달리 원문의 형식을 따랐다. 그에게 전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일컫는다. '현대인들의 족보'라 할 수 있는 이 세 작품은 중세와 17~19세기를 배경으로, 우화적 방식을 통해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을 조명한다.<나무 위의 남작>의 주인공 코지모는 열두 살이 되던 해 나무로 올라가 평생 동안 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누나의 달팽이 요리. 원치 않는 요리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에 반발해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코지모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위적이고 시대에 뒤진 아버지로 상징되는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 그는 나무 위에 올라가 인간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세상의 현실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코지모를 통해 형상화된 것이다. 칼비노는 1950년대 말의 수많은 문제들을 과거의 상황 속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18세기를 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끊임없이 18세기의 역사적 사건들이 언급되며, 루소나 디드로, 나폴레옹 같이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코지모 남작이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아가며 겪는 역경과 갖가지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윌리엄 포크너, 민음사, 2003, 312p.
20세기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문제작.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시골 아낙의 죽음과 그녀의 가족이 겪는 슬프면서도 기묘한 장례 여행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운명과 욕망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담고 있는 포크너의 초기 걸작 중 하나이다. 
포크너는 미시시피에서 일생을 보내며 이 지역을 거의 모든 자기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요크나파토파’라는 가상의 마을을 설정하고, 이곳에서 남부인의 몰락해 가는 운명과 정서를 심도 깊게 파헤친 그의 작품은 흔히 요크나파토파 연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지역의 자연과 전통 사회의 탐구에 집중되어 있다.  
이 작품 또한 남부의 뿌리 깊은 지방색을 짙게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일개 보고문학이나 세태소설에 그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주제에 도달한다. 미시적으로 탐구하되 거시적으로 보편성을 획득하는 포크너 문학의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기존의 문학 형식을 극복하려는 강렬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다. 이 작품은 59개의 장을 열다섯 명의 내면 독백으로만 구성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장마다 다양한 서술 기법이 동원되었다. 겉으로는 단조롭고 투박한 인물의 언행 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의식의 흐름 기법, 상투성에서 벗어난 고도의 상징과 은유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주제를 확장하고 공감의 폭을 넓힌다.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민음사, 1999, 192p.
빅토리아풍의 집에 살며, 안정된 중산층 수입을 보장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랑스런 아이들과 따뜻한 이웃과 함께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있는 해리엇과 데이빗 부부. 그러나 다섯째 아이인 벤의 탄생은 모성애와 책임감, 전통적인 가치를 믿어온 그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들이 계획했던 이상적인 삶의 행로를 모두 파괴하는 벤을 보면서 헤리엇은 다섯째 아이의 존재가 행복하게 살려는 자신들에 대한 신의 형벌일까 아니면 태고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적 진화의 소산일까 자문하기 시작한다. 
『다섯째 아이』는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도레스 레싱의 작품으로, 출간과 함께 바로'고전'으로 남을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는 이 작품을 발표한후 뉴욕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섯째 아이'를 착안하게 된 두 편의 글을 소개했다. 빙하시대의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전해져 영향을 미친다는 고고학자의 글과, 정상적인 세 아이를 낳은 뒤 태어난 사악한 네번째 딸 때문에 행복한 가정이 파괴되었다고 하소연하는 한 어머니의 사연을 담은 잡지의 글이 그것이었다. 그녀는 이 두 편의 글을 자연스럽게 녹여『다섯째 아이』의 큰 틀을 잡았다.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미래의 어떤 모습을 예언하고 있다. 유전공학으로 인간까지도 복제되는 세기말,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인간'의 근원과 가치에 대해 도전적이고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20세기 영국문학의 거장으로 문학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부각시켜온 그녀의 작품세계는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데카메론
지오바니 보카치오, 2007, p327.
《데카메론》은 1353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뒤로 무수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방작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정해진 시일 동안 몇 사람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주제별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 무엇보다도 인간의 실수와 어리석음까지 끌어안는 무한한 ‘인간 긍정’의 서사가 시대를 뛰어넘는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데카메론’은 그리스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란 뜻이다. 이 제목이 말해주듯,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10일 동안 열 명의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 하루에 하나씩 꺼내놓은 100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내용은, 이들 남녀가 처한 상황과 각자의 성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때는 그 무시무시한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직후인 1348년 무렵이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쓸어갔다는 페스트는 사람들의 존립 근거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거리에 시체가 쌓이고, 부부·부자·모녀·친인척·친구 등 인간관계가 죽음의 위협 앞에서 산산이 조각나는 상황에서 종교나 인간의 도리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열 명의 청춘 남녀가 근교 별장에 모여 나눈 이야기가 《데카메론》인 것이다. 대화의 내용이 건전할 리 없다.
더욱이 세 청년은 일곱 명의 여인들에게 연모 혹은 호감, 연민 따위의 감정을 품고 있다. 자연 이야기가 사랑과 성(性) 등 온갖 ‘인간적이고’ 자극적인 주제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11월, 유명한 사람들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