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8월 3

SORTIE

SORTIE

SORTIE

SORTIE

이 곳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본 단어이다. (읽으면 쏙티ㅋ흐에 가까운 발음이 난다고 한다.) 여긴 그 어떤 도시보다도 가장 오해로 포장된 도시가 아닐까 싶다. 다소 외곽에 위치한 이 작은 방에 지내면서, 여대생의 판타지보다는 justice-stress의 영상에서 본 듯한 이미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유럽보다는 아프리카의 어떤 도시가 아닐까 의심하게되는 흑형들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이제 좀 적응이 되어 멋진 형들도 종종 보인다. (신체적 우월함 덕분인지 조금만 꾸며놔도 칸예웨스트는 뺨싸다구 후리고 몽키플립으로 아예 보내버릴 친구들이 많다.)
나름 이곳저곳 다녀봤다 생각했었는데 이곳의 지하철은 아직 두근거린다. 생각보다 지하철 한대의 길이가 짧고, 플랫폼도 굉장히 좁다. 덕분에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할 껀덕지는 없어보이지만. 국내 지하철은 여기에 비하면 활주로 수준. 시청, 소공동, 1호선 서울역 이상 북쪽 어딘가에 위치한 역을 대자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어딜가나 지하철은 굉장한 영감을 주는 곳이다.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사람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되었을 때 쯤, 그게 아마 오늘이었지싶다. 한 사람 한 사람 시선을 옮겨가다 보니 여기가 도대체 어딘가 싶다. 드리프트에 가까운 궤도를 움직이는 차안에 흑색의 사람들이 반넘게 앉아있고, 간혹 원주민으로 보이는 백색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머지 아랍, 황인, 동남아 여행다녀온 것을 온몸으로 어필하는 백색인. 새카매서 입고있는 청록색 탑이 눈을 찢고 들어올 정도로 더욱 강렬한 흑색누나를 보고 있자니 이것이 정말 파리스러운 것인가 생각하게되었다. 그 누구도 국적을 가진 것 같지 않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도대체 그들 사이에서 무슨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단지 옛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유물 속에서 새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백색사람들의 것들을 흑색사람이 이어받아 만들어간다. 백색사람들은 SORTIE로. 흑색사람들은 계속 플랫폼 안에서. 나는 목격자.




- 시테 섬 근처의 a.p.c 매장을 찾아갔다. 가이드북에는 그뿐이라 본점으로 알고갔는데, 압구정 부티끄 샵 분위기라 들어가기 좀 껄끄러웠다. 선글라스 집어들었다가 40만원돈 인 걸 알고 나왔다. 이쁘긴 했다. 유니클로매장처럼 생지바지들이 핏별로 칸칸이 쌓여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구요... 불어 한마디 못하는 처지라 그냥 다른 코쟁이가 입고나와서 존나 불편해 하는 모습을 구경만 했다.

- La Hune이라는 서점엘 우연히 찾았다. 이곳의 예술서적의 양은 실로 방대한 것 같다. 퐁피두에서 리히터 도록만 열권가까이 되는 걸 보고 놀랐는데 이곳에 비치된 책들도 다 하나하나 까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혹여나 Dana Schutz것이 있나 물어봤는데, 발음이 더러워 못알아듣더니 검색해보고 2010년 이후로 없댄다.

-집주인이 사진을 찍는 사람인데, 집에 재밌는 책들이 꽤 많다. 데이빗 린치가 그린 그림도 있는데, 센스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내 집하고싶다. 나의 새집은 비싸기만 하고 로망은 한개도 없는데...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