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월 30

일주일 전

그 날-정확하게는 오늘로부터 일주일 전의 일이다.-수업을 듣는 와중에 깊숙히 쳐박아둔 것을 기억해냈다. 초여름 즈음해서 교수연구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로 얼핏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 순간은 너무 찰나였고 새내기의 초조함으로 다시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과거를 부정하려하지 마세요.' 하루종일 머릿 속을 맴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이지난 그 날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정확하게 그 문장이 이미지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홀린 듯이 가방을 챙기고 혜화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서 외부의 소리를 mars volta로 차단시켰다. 그때 내가 왜 그것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두번째 곡의 제목이 widow라는 것을 인지한 것은 그 후의 일이나, 어찌됐건 나는 그곳에 당도했다. 정확하게 하자면 서울역에서 갈비탕을 먹어야했지만 벌써 해가 넘어가는 때라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 속의 장소와는 많이 달랐다. sf영화에서나 보일 법한 최신식의 로비는 기억을 엉터리로 만들어버렸다. 유일한 길잡이는 새우잠을 자며 아침을 맞았던 약국 앞 의자였는데,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헤멨다. 11층인지 12층인지 헷갈렸다. 무턱대고 11층에서 내렸는데 과거와 현재가 RF카메라 뷰파인더처럼 갈라져있는 것이 느껴진다. 불투명의 막을 보고 멈칫했다. 손을 씻고 그것을 통과해야만 할 것 같았다. 용무가 있고, 지인이 있는 것처럼 그 앞에서 서성댔다. 그때의 내 상태라면 사실대로 말하고 한번쯤 들어가볼 수 있냐고 애원했을지도 모른다. 복도를 지나며 방 곳곳을 훔쳐봤다. 자신을 향한 분노인지 세상 혹은 그 위에 서있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인지를 눈에 한껏 머금고 밥을 씹어대는 사람들이 보였다. 흰 굽 구두를 신은 사람들은 습관적 미소와 기계적인 행동을 하며 그 들에게 조치를 취하고 나는 멀리서 그 장면을 보았다. 가장 끝의 방에선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 앞 휴게실에 잠시 앉았다. 배치는 약간 바뀌었으나 그대로였다. 2대뿐인 컴퓨터하며. 작동이 안되 누군가를 부르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지는 기분이 잠깐이나마 들었다. 엘레베이터를 흰 가운을 입은 세 여자와 같이 탔다. 무겁게 깔린 그 층의 기운을 그들은 문이 닫히자마자 날카로운 웃음소리로 찢어버렸다. 나는 그들이 휴가로 어디로 가는지, 7층에서 만난 퇴근하는 동료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있다. 베이컨의 그림이 되버린 것 같은 기분에 땅이 꺼져 영원히 내려갈 것만 같았다. 내가 내릴 층을 놓치고 그들과 함께 지하1층에서 내렸다. 유리문에 비친 내 표정은 고등학생때의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