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가족을 태워 나른 미국 차는 포드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게만큼이나 크고 육중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운전대잡을 때 마다 헷갈리는 나로써는, 좌우로 차체가 넓어 항상 신경이 쓰였다. 당시엔 걱정을 사서하는 어머니덕분에 별 생각을 못했는데 마지막날에서야 여행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의 지옥같은 물가를 잠시나마 잊게되기도 했고... 온전히 우리 가족만인 셋이서, 그 공간 안에서, 미국의 땅을 질러갔다. 간간이 보이는 무지개는 각자에게 사진을 그리고 침묵을 깰 기회를 던져주었다. 그 날은 우리끼리 꽤 웃었다. 다행히 여행의 끄트머리에서나마 그런 가벼움을 맛보았다.
기름이 한 칸 남아 주유소엘 들렀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터프한 중년 미국남자가 레드넥 방언을 쓰며 썹? 이러고 묻진 않았고, 노인 특유의 되새김질을 하는 아시아 혼혈의 노숙자같은 자가 우릴 경계했다. 정말로 노숙자 내지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와달라고 물으러 카운터로 가다가 주인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는 신뢰보다는 머리에 새집이 더 많아 보였는데, 마침 어머니는 가솔린을 잘못 넣으면 폭발한다며 일러주셨다. (조심하라고 하시는 말일테지만 이럴 땐 가끔 원망스럽다.) 오물거리는 턱을 가진 그에게 서 거래를 완료하고 다시 키를 돌렸다. 시동이 최종적으로 걸리기 전에 잠시 몇초 후를 상상해보고 끝까지 키를 돌렸다. - 아이폰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