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월 12

태평양의 색깔

도착한 것도 정신없는데, 운전은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나는 이 표현을 애용하는 것 같다. 청문회에 불려간 것도 아닌데) 니싼의 베르사라는 소형해치백 모델. 반응이 빨라 편했지만,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안나 조금은 답답했던 기억. 라이하나로 가는 길에서 보였던 바다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일몰이 오기 전, 대천 앞바다 통통배에서 느낀 신비로운 바다와는 다른 신비로움이었다. 그것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 무서우리만큼 울렁거려 거대한 늪에 아슬아슬하게 떠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바다표면의 색은 보랏빛에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울렁거렸다.) 그때의 것은 모든 것의 어머니, 혹은 태초의 시작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곳의 바다는 상업사진에서나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색깔이 수평선 끝까지 같은 빛으로 펼쳐져있었다. 군데 군데 찢어진 듯 희게 차오르는 파도는 저 색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 도로쪽은 황토색 일변도라 도로보다 수면이 더 높은 것처럼 느껴질정도였다. 대양의 색깔이었다. - 아이폰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