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노년들이 해변에 앉아있다. 금발은 살아온 나날이 누가 더 대단했는지 뽐내는 마냥 잿빛으로 바래있고, 누구나 부러워했던 그들의 건강한 신체는 볼품없이 쳐지고 늘어나 기울어진 해변의자에 박혀있다. 언제 이곳으로 왔는지는 모르겟다. 어떤 장소에서도 자연스러운 포즈를 (의식적으로도) 잘 취할 수 있는 그들의 기질덕에, 평생 이 해변에 앉아 스도쿠를 하는 게 소일거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 상상은 그의 뒷편에 솟아있는 호텔들로 금방 나를 지나쳐간다. 왜소한 동양인일뿐인 나는 젊은 그들 사이에서 주눅들고 부러움 가득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곱씹었으나, 앞응로 기울고 녹아내린 현재의 그들에서는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얇고 흰 팔다리를 간혹 움직여 살아있는 것을 알려주는데, 모습이 꼭 암환자 같다. 저렇게 변해가는데 저들 스스로가 느꼈을 박탈감과 상실감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저기 코딱지만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평생 청춘인 듯 파도에 몸을 내던지는데 - 아이폰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