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아니라더라도 가끔 그런 이상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있다. '모던'한 것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건물(매우 이상한 기분이든다.), 서울 지방법원건물(뉴스에서 비치는 모습은 왜곡된 시야각 탓인지 현대적인데 반해, 실제로는 이상하다.), 관악사(첫입사했을때 가보지않은 산 속 수련원같은 기분이 든다고 일기를 적은 적이 있다. 하루키소설 어딘가에서 본듯한 그런 스산한 감정이었다.), 오래된 관공서 건물 등이 있다. 어제는 판화실에서 밤을 새고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는데, 자욱한 안개와 숲덕분에 또 다시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 오롯이 존재하고 시간과 공간이 밀려오는 아침과 함께 뒤로 후퇴해버렸다. 나는 가본적도 없는 과거의 어느 장소에 존재해있었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