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를 만들었다. 본질적으로는 사실 그들이 아니라 아버지가 쌓아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과 격리된 나는 다른 곳도 아니고 집에서 그렇게 만들어져 나온 것이었다. 내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모르겠다. 죽임을 당했고 죽어있었다. 핏내가 고약해서 인상이 이모양이다. 나는...
...정말로 이것은 묵어서 썩은 된장같은 이야기이다. 더 되내이는 것이 어떤 방어기제의 작동으로 인해 차단된 것 같다. 그 통로로 다시 통과하기가 굉장히 힘이 든다. 어찌됐건 나는 호되게 쳐맞고 쫓겨났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똥개처럼 다시 그 곳을 더듬어 헤메인다. ...
새로 이사한 집은 25층이다. 예전의 집이 언덕에 있으면서도 거의 반지하 이상의 효과를 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낮에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도 들어온다. 집밖의 무언가가 보이고 나 말고 다른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올라서서 아래를 쳐다보면 아직 나도 거기 있다. 영원히 거기 있을 것이다. 여기서 평생 나는 그곳의 나를 그리워하고 안쓰러워할 것이다. 더 올라가는 것을 꿈꿔야하지만 그것은 좀 두렵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 정신을 잃을 것같다. 나는 나를 잊어선 안된다. 노를 천천히 젓는다. 최소한 밀려나 돌아오지만은 않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