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월 1

"나는 안에도 있고, 여전히 밖에도 있다."

 어제 아버지 기일이라 집엘 다녀왔다. 생각해보면 근 몇년동안 꼭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간 적은 잘 없었던 것 같다. 친척들 보면서 억지웃음(사실 별로 웃지도 않는다.)을 짓기도 싫고 가족이니 뭐니 하면서 앉아서 서로 시간만 재고있는 상황이 너무 거북스러웠다. 떠나보낸 만촌동의 집은 너무 어둡고 음습했다. 실제로 바퀴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동굴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 어둔 동굴 속에 모여 제작년인지 작년인지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하고 있노라면, 서로의 눈깔 뒤에 숨어있는 무언가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어머니와 동생한테 떠넘기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입시생이기도 군인이기도 했었으니까. 어찌됐건 어제 새로 이사한 집에 모여가 족같은 분위기를 냈다.



 ...그들은 나를 만들었다. 본질적으로는 사실 그들이 아니라 아버지가 쌓아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과 격리된 나는 다른 곳도 아니고 집에서 그렇게 만들어져 나온 것이었다. 내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모르겠다. 죽임을 당했고 죽어있었다. 핏내가 고약해서 인상이  이모양이다. 나는...



 ...정말로 이것은 묵어서 썩은 된장같은 이야기이다. 더 되내이는 것이 어떤 방어기제의 작동으로 인해 차단된 것 같다. 그 통로로 다시 통과하기가 굉장히 힘이 든다. 어찌됐건 나는 호되게 쳐맞고 쫓겨났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똥개처럼 다시 그 곳을 더듬어 헤메인다. ...



 새로 이사한 집은 25층이다. 예전의 집이 언덕에 있으면서도 거의 반지하 이상의 효과를 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낮에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도 들어온다. 집밖의 무언가가 보이고 나 말고 다른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올라서서 아래를 쳐다보면 아직 나도 거기 있다. 영원히 거기 있을 것이다. 여기서 평생 나는 그곳의 나를 그리워하고 안쓰러워할 것이다. 더 올라가는 것을 꿈꿔야하지만 그것은 좀 두렵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 정신을 잃을 것같다. 나는 나를 잊어선 안된다. 노를 천천히 젓는다. 최소한 밀려나 돌아오지만은 않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