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전시 공간이었다. 그리고 좋은 작업이었다.
+작년 미학수업때 아니시카푸어를 조사했던 적이 있었다. 간접적인 매체로 보았을 때, 거울작업은 순전히 유희적이고 순간적인 분위기 환기 정도를 넘어설 수 없을 거라 지레 짐작했었다.(물론 발표 페이퍼에는 명상,자기자신을 바라봄, 동양적 사고등을 써갈겼다.) 리움 데크에서 보았을때도 조금 이상하고 재밌긴하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곳엔 거울보다 유닛들로 합쳐진 타워의 존재감이 너무 크기도했고. 그런데 이곳에서 본 거울오브제들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크진 않지만 왜곡이 심한 것들로 나와 공간이 마구 뒤틀렸다. 구멍 작업과 어떤 연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 스스로 생명을 가진 나의 그림자와 대화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방이 가장 직접적인 메세지로 다가왔다. 방금 '아 거울!'하고 생각났는데 잊어버릴 것 같아허 생각나는대로 써남긴다.
윗층에는 호스트 안테스라는 작가의 전시가 있었다. 아래서 브로슈어를 봤을 땐 촌스럽다 생각했는데, 초기 작업의 강한 색채를 보면서 눈을 크게 뜰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구도를 사용하지만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스스로를 쓰다듬 듯 그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예전에 지연이가 혼자 그리던 그림이 생각났다. 냄새가 비슷했다. 얘가 이걸 본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꼭 같이, 그리고 다시, 보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데카의 룬트강은 결국 놓치게 되었다. 쾰른 리히터전시가 재미없다면 나는 평생 쾰른(이라 쓰고 관광도시라 읽는다.)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 맥주도 알트가 더 낫다. 역사로 먹고사는 촌놈들
+이곳의 룬트강 그러니까 과제전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도시 곳곳에 과제전 홍보포스터가 붙어있고, 시민들이 하나의 행사 처럼 많이들 찾아와 준다고 한다. 이미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전에 어떤 다큐에서 예술과 아무 관련없는 영국 노동자도 집에가서 티비로 터너시상식을 구경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그는 "누가 요즘 잘하는 예술가인지는 알고 싶다."라고 했는데, 실은 이바구하며 옥신각신 떠들기 좋아하는 그네들의 특성인지도. 각설하고, 이곳 사람들은 구매도 활발하단다. 작품의 가격이 그리 세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도 한다. 이럴 때면 으레 정기용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인들은 좋은 건축을 본 적이 없다. 그게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