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월 29

해명

"그러시다면 ...... 만일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전혀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이죠, 부인...... 그건 양심상 좋지 않은 일이죠! 나나 나와 같은 친구들은 평생토록 그놈과 토닥거리고, 틈나는 대로 양심을 속이고 약간의 교활한 만족감이나 얻어내려고 항상 바쁩니다. 우리들은, 저나 또는 저 같은 사람들은 쓸모없는 사람들이죠. 그나마 이따금 좋은 때를 제외하고는 질질 끌려서 자신이 쓸모없다는 자책감에 멍들고 병들어버립니다. 우리들은 유용한 것을 혐오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천박하고 흉측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진실만을 지키듯이 우리는 그 진실을 지켜나갑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온통 나쁜 양심에 짓이겨져서, 이젠 더는 성한 데라곤 없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온갖 내적 요소들, 우리의 세계관, 우리가 작품을 쓰는 방식 등이 ...... 끔찍랄 정도로 건강하지 못하고, 위태롭고, 소모적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자신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완화책이 있습니다. 예컨대 일종의 품위라든가 생활을 엄격하게 절제하는 것이 우리들 대부분이 필요로 하는 것이죠. 일찍 일어나기, 꼭두새벽의 냉수욕, 눈 내린 날 밖으로의 산책 ...... 이런 것들은 잠시나마 우리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줍니다. 본래 제 모습대로 행동한다면 전 오후까지 잠자리에 누워 있을 겁니다. 제가 일찍 일어난다면 그건 순전히 위선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슈피넬 씨! 난 극기라 부르고 싶어요...... . 그렇지 않아요, 사모님?"
-슈파츠 여사도 그것을 극기라고 이름붙였다.
"위선과 극기라, 부인! 이제 어떤 말을 택할까요. 저는 비통할 정도로 정직한 성격이라서...... ."
"그래요. 확실히 당신은 너무 비통해해요."
"네, 부인 전 너무 비통해합니다."


트리스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