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26

흘린 이삭줍기

"... 봄에는 일이 잘되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하지요. 그러나 왜 그럴까요? 감성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이것은 창작하는 사람들이 감성이 풍부해야 한다고 믿는 놈들이 모두 미련한 자들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 정직한 예술가는 누구나 이런 엉터리들의, 망상을 비웃을 것입니다 - 아마 우울하겠지만 어쨌든 간에 미소로 대할 것 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입으로 말하는 것이란 결코 중요한 것이 못 되고, 오로지 그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좋은 재료에 불과하며, 진짜 미적 형상이 유희적이고, 침착한 우월감 속에서 구성될 수 있는 재료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지요. 만일 당신이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너무 중대하게 생각된다거나, 그것 때문에 가슴을 두근거린다면, 틀림없이 말하려는 것은 온통 실패로 돌아갈 것입니다. 당신이 감상에 빠져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면, 뭐랄까, 좀 멍청하고 멋없이 위엄만 보이게 되고,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볼품없고 저속한 물건이 당신에게서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결과는 세상에서 냉대를 할 것이고, 당신 자신은 실망이나 괴로움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 사실이 그러니까요, 리자베타. 감정이란 것은, 훈훈한 정이 붙는 이 감정은 언제나 속되고 쓸모가 없는 물건이고, 예술적이라고 하는 것은 오직 우리들의 파괴된, 우리의 기술적인 신경 조직의 자극과 냉철한 자기 몰두뿐이니까요. 인간다운 노릇을 하고, 그것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정취를 살려 표현할 수 있으려면, 다만 조금이라고 표현해보려고 한다면, 우리들 스스로가 초인간적이며, 혹은 비인간적인 어떤 무엇이 되어야 하고, 인간다운 것으로부터 이상할 만큼 소원한, 그리고 중립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문체나 형식, 혹은 표현에 대한 재주라고 하는 것이 벌써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러한 냉정하고 꽤 까다로운 관계, 아니 확실히 어떤 면에서 인간적으로 가난해지고, 황폐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셈이지요. 건전하고 꿋꿋한 감정이란 어찌 됐든 정취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예술가가 인간 행세를 하게 되면 끝장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 사실을 아달베르트는 알고 있지요. 그래서 다방으로, 말하자면 속세로 떠나버린 것입니다. 그렇지요."

토니오 크뢰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