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4월 10

코 끝을 무는 미꾸라지

 짜증이 나있었다. 도서 연체료를 어차피 받을거면 현금,카드 모두를 떳떳하게 받아줄 것이지, 동전만 챙기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올림푸스 산 꼭대기에서는 절대 신자들의 돈을 받아 챙기는 일 따위는 없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연체료 대금은 온라인의 암전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삼십분을 붙잡고 있다가 s카드인지 k카드인지 sk 캐시백인지 모를 전자화폐의 비밀번호까지 잊어버려 귄터웨커와 차학경 모두 책수레에 던져두고 나와버렸다. 열번은 찍어봤을 비밀번호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모두를 원망토록 떠밀었다. 아 이렇게 나는 나와 멀구나.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머리가 삐죽삐죽했다. 꼭 고등학생을 보는, 아니 중학교 때 스포츠머리를 자른 지 두 달은 족히 넘어 제비들이 둥지를 튼 것 마냥 꼬랑지들이 튀어나와있었다.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것을 먹나보다. 옆테이블의 네 청년들은 왁자지껄하다. 그릇엔 돈까스 부스러기들이 가득하고 머스타드가 붓터치처럼 지저분하게 남아있다. 고개를 돌려 추어탕을 한 숟갈 뜬다. 2500원 짜리 추어탕에서 무얼 바라겠냐마는 나는 바라지도 않았던 풍경을 보았다. 어제 술마시며 아버지 얘길 했던가? 주황색도 노란색도 아닌 야릇하고 강한 빛이 창밖에서 부엌을 쏘아대고있다. 할머니의 아들들은 후루룩 거리며 추어탕을 마시고 있고 나는 그 세대들을 바라보며 그 행동을 따라한다. 배운다. 마시고 놓고 뱉는다. 꺼억. 미꾸라지 분말같은 것이 입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있지도 않은 기억들을 파헤쳐낸다. 눈 앞의 남자는 멍청하게도 주기적으로 작은 경련같은 것을 일으킨다. 아련한 감정은 도의적이나 3초 정도 먼저 한심한 감정이 도착선에 발끝을 댄다. 수염은 2주정도 되어보인다. 역시나 삐죽삐죽한 콧수염들을 보고있다가 괜히 슬퍼졌다. 후룩.

내 앞에 앉아있던 미꾸라지는 내가 그릇을 쌓을 때 같이 숟가락을 놓았다. 그는 미적거리며 내가 먼저 가도록 시간을 주었고 나는 아버지와 추어탕을 먹은 기억이 있는지 더듬으며 퇴식구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