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4월 12

연체동물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한 평 남짓한 테이블을 빌릴 수 있다. 우리는 그 공간을 온연히 통제하며 많은 것들을 습득한다. 지식과 영양, 관계, 기억. 그것이 익숙하다. 특히나 견고하고 명백하게 차단된 공간 안에 그러한 테이블이 놓여있다. 종종 앉은 상태로 위계에 굴복하나(정신은 엎드려서 상급의 동물에게 절을 하고 있다.) 그것 또한 자연스럽다. 그러한 굴종의 행위 또한 미래의 자신에게 빌린다. 더 나은 미래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또 다른 자신에게서. 그것을 내면화할 수 있는 것은 대여했기 때문이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그 어떤 상황(자신조차)도 신뢰할 수 없는 때에 유일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것은 미래의 자신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현재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채무관계를 종결시킬 수 있을까?  연체료는 끝없이 축적되어가고 자신의 신체는 마치 연체동물처럼 지형의 굴곡에 맞게 녹아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