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8

미로와 몸



문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당신은 '안'에 있고
그 성은 세계를 품고 잇다.
그리고 거기엔 앞면도, 뒷면도 없다
방벽도, 비밀스런 중심도 없다.
고집스럽게 둘로 갈라지고,
또 고집스럽게 둘로 갈라지는,
당신이 걷는 연속적인 경로가 목적지에 이르길 바라지 말라.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족쇄가 채워졌다.
황소의 습격은 잊어라. 사람이면서도 그 이상한
반수반인 형태가 끝없이 얽혀잇는
돌바닥 위로 출몰한다는,
그는 없다. 검은 먼지 속에서
그 야수는 떠올리지도 말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신간 보르헤스 선집> 중



 하나의 건축 또는 하나의 틀 안에 있는 사물의 물질적 존재. 지금 우리는 창고에 있다. 일렬로 늘어선 기둥들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사물은 나에게 관능적인 인상을 준다. 나는 세상의 여러물질과 재료들을 모으고 혼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건축의 가장 위대한 첫 번째 비밀이라 생각한다. 마치 해부학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말한 몸이란 문자 그대로 몸을 뜻한다. 나에게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장기와 물질로 구성되어 피부로 덮인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 건축을 생각하면 몸이 떠오른다. 몸을 가진 매스인 건축은 멤브레인, 패브릭, 외피, 천, 벨벳, 실크, 내 주변의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건축의 몸! 몸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몸 그 자체. 나를 감동시킬 수 있는 몸!

페터 춤토르,  <분위기, 2003년 6월 1일 강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