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20

안규철 작업노트 2014 마지막장

윤동주 시인이 인생을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져도 되는지를 물었듯이 세상이 이처럼 어려운데 미술이 이렇게 쉽게 세상을 얘기해도 되는가? 삶이 변하지 않는데 예술만 그렇게 쉽게 변해도 되는가? 적당히 무거운 주제를 잡아서 가장 진기한 구경거리를 생산하는 것으로 예술가가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해도 되는가? 친애하는 관객에게 더 심오한 존재의 공허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세계의 표피만을 보여주는 거라고 주장해도 되는가? 예술이 이처럼 텅 빈 기호로 우리 삶의 초라함을 은폐해도 되는가? 소통의 이름으로 예술을 이렇게 공회전시켜도 되는가? 의미를 죽이고 예술만 살아남아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