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27

WARP

 서로 분위기를 보다 일어날 채비를 하게되었다. 이런 상황에 '슬슬 일어날까?'라는 말을 하는 것은 보통 내 담당이었다. 어젯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할 때마다 이 자리가 내게는 이 밤의 끝을 잡을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아 라고 고백하는 것 같아 혀가 조금 당긴다. 하지만 의자에 널부러져 침묵하고 있는 것은 더 의미없게 느껴진다. 일말의 책임감이 기어코 입을 열게 한다.

계산서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놈이 오줌을 꼴꼴꼴 누고있었다. 바로 옆 변기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는데, "아, 운동해야되는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타임워프가 발동해 그 어두운 술집 화장실은 3년전의 부대 화장실로 돌아갔다. 창에선 이상하리만침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고, 주말의 고요함으로 마치 나만이 살아있는 것 처럼 느껴졌던 그곳. 고추를 잡고 털고있는 놈의 모습이 촌스런 체련복에 전투모를 껄렁하게 얹어 쓴 것 처럼 보인다. 

"병장되면 할꺼가? 말만하지말고 해라 임마."
"미칬나? 갑자기 와카는데. 아직 물 덜빠짓나?"
"그냥... 예전 생각나서. BX갔다와서 동편에서 오줌싸는 거 같다아이가."
"킥킥킥."
"야 쉼터에서 위닝 한판하고 샤워하러가자."
"알았데이. 자리맡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