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월 25

TEDxCAU, 문훈


전역 후 복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먼저 전역한 동기들이 ted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트위터로 본적이 있다. 뭐냐고 물어보면 정확히 뭐라고 말하긴 힘든데 그냥 그런거라고 하는 걸 듣고 스스로도 관심을 꺼두었다. 별로 그런 것에 집착해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므로...(성격탓인가? 요샌 조금씩 변하는 것 같긴하다.)

오늘 중앙대 축제 겸 동기의 친구가 tedx의 스태프로 있다길래 저녁도 먹지않고 발걸음을 옮겨봤다. 심리학과 덕분에 한때 꿈꿔본 학교인 만큼 왠지 모를 기대감을 품고 택시를 탔다. 학교 안 맥도날드에서 pulp fiction에 나온 대사를 동기들한테 써먹어 봤다.
'너네 쿼터 파운더 치즈가 프랑스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아냐?'
'쿼러파운취이즈~?'
'로열~윋 취~즈'

동기들은 내가 감자튀김이랑 로열~윋 취~즈를 게걸스럽게 먹고있으니, 정말 외국사람같다는 얘기를 한다. 각자 어느나라 출신이었다고 티내본적있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tedx전시장으로 향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tedx 행사진행은 전적으로 기획하는 지역, 학교의 단체에서 총괄하는 듯 하다. 관계자로 보이는 자는 아무도 없고, 미숙한 진행이 여실히 드러나곤 했다. 대학행사라고 생각했을 때는 당연한 부분이지만 ted라는 커다란 프레임을 두고 봤을때는 아쉬움이 남는 진행이었다.

'다니엘 전', '임혁필, '구혜선'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자살->살자' 라는 클리셰를 강연에서 듣는 것은 '이 편지는 1910년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다 더 식상하다. (이건 오랜만에 들으면 재밌을 수 라도 있다.) 준비를 아예 안해온 자도 있었으니...... .

그러던 중에 왠 양아치 내지는 조폭같은 자가 올라와서 여체와 합일을 하는 드로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드로잉은 엉뚱하고 기발했으며 야하고 변태적이기까지 했다. 그것은 점점 더 구체화 되어갔고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보통 낙서를 하며 상상하는 엉뚱하고 웃기지도 않는 것들이 그 양아치 내지는 조폭같은 자의 머리를 통해서는 건축물이 되고 작품이 되었다. 이름은 '문훈'이라고 하는 그 양아치는 MIT 건축학 석사 출신의 천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그는 강연 시작 직전에 피카소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간만에 틀에 박히지 않은 정말 '재미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애프터 파티때 말이라도 좀 걸어볼까 했으나 우린 진토닉을 홀짝거리다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 눈알만 굴릴 뿐이었다. 그동안 강박에 가깝게 매달려 왔던 '재미있다'라는 단어. 빨간 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어떤 양아치 아저씨 덕분에 느낌에 올것 말것같은 재채기하기 직전의 느낌을 갖게되었다. 그는 키치적인 접근에도 고급스러움과 완성도를 함께 갖고 예술로 칭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내게 있는 선택지 역시 좀 더 가치를 두고 바라볼 수 있지않을까? 고맙습니다. 근데 빨간 바지에 검은 광구두, 검은 쫄티는 정말 양아치 같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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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은 국력이자 정력, 능력이다. 나는 이것에 제한되기보다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자가 되어야할 터인데... 이쯤되면 의지의 문제라 볼 수 있지않을까. 주말을 잘 넘기자. 잠도 틈틈이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