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8월 29

메모들과 딴생각



 어르신들은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
력한다. 필요이상의 혼잣말이라던가, 자신의 행위의 합당함을 변명처럼 얼버무린다던가 하는 것. 자신을 정당화하지않아서 피해를 본 적이 많았던 것일까. 아직까지 무안한 상황을 자연스레 넘어가는 어른을 본 적이 없다. 어려운 것인가 보다. 그럴땐 청년보다 더 어려보인다.품위에 구차해질 때 어른이 되는 것인가? 잃을 것이 생기고 자신을 구성하는 무엇인가가 생기는 것이리라. 
(2014.8.8의 메모) 

 마치 무진에 들어가는 것처럼, 버스는 안개 속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절벽에 붙은 이끼같은 이 마을의 이름은 장무. 기나긴 안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한자가 달랐다. 티벳인 뿐 아니라 인도인(실제로는 네팔인), 한족들까지 골고루 섞여있다. 마을에는 사람보다 장거리 물류트럭이 더 많다. 마을사람 모두가 이방인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갈 뿐인 국경의 마을. 오늘날에는 도시가 경계의 특성인 불안정함을 지닌다. 하지만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빠르게 흡수된다. 불안을 부정하는 것이 미덕이다. 썩은 시체처럼 남은 이 국경의 도시는 주체적이지 못하고 기생적이다. 
(2014.8.10의 메모)



 어느 선생님은 내 휴학의 이유가 기성작가가 은둔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그녀는 또한 나를 구성하고 있는 특정한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란 말도 잊지않았다. 스스로가 만들었을 "나" 라는 존재가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인가? 나는 단지 그것을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낼 뿐이다. 내가 특질 혹은 취향이라 여기는 것을 그녀는 틀 내지는 형식이라 여기고 성장의 정체를 염려했다. 그리고 끝까지 학기보다 더 바쁜 계획을 짜 생활하길 바랐으나 죄송하게도 그럴 생각은 없다. 뼛속까지 아마추어로 무장해 무한한 성장을 꿈꾸며 나를 고갈시키는 것보다는 잠시 멍청해지기로했다. 그림그리는 데 따로 이유가 없듯 휴학에도 거창하게 할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