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1월 16

너울



 한 천사가 그려진 <새로운 천사>라는 클레의 회화가 있다. 그 천사는 자신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눈은 노려보고 있지만 입은 벌어져 있고 날개는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는 이런 모습이다. 그의 얼굴은 과거를 향한다.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에서 그는 잔해 위에 잔해를 쌓아 가고 그의 발 앞에 그 잔해를 내동댕치는 단 하나의 파국을 보고 있다. 천사는 거기에 머물면서 죽은 자를 깨우고, 부서진 것을 다시 하나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낙원에서 불어 온 폭풍이 날개에 거세게 부딪혀 그는 더 이상 날개를 접을 수 없다. 폭풍은 그가 등 돌린 미래로 그를 떠밀어 보내고 그의 앞에 놓인 잔해 더미는 하늘 높이 올라간다. 우리는 이 폭풍을 진보라고 부른다.

발터 벤야민